돌아오기 위해 떠나다../이야기가 있는 여행

강진.....(1)

당신과함께 2011. 2. 8. 23:29

오늘은 하늘의 전설 모이는 날이야..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다들 당일치기에 동의했지.. 그럼에도 오늘은 몇 집이 못 와.

이것도 여행이라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민영이도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같이 놀러다닐 생각에

며칠전부터 기다려졌어. 당일날 아침 모인 사람이 얼마 안되어, 비록 작고 속도도 잘 안나지만 나름 잘 굴러가는 하연이네 비스토 차량에 아이 셋, 어른 넷을 태우고 북적북적 사람 온기 느끼며 강진으로 출발했지..

 

강진은 남도답사 일번지라고 불리우지. 유흥준씨가 그렇게 명명한 뒤 모두들 반대하지 않고 그렇게 부르는 것 같아. 물론 가볼만한 곳도 꽤 돼. 조촐한 출발에 일정에 없던 무위사를 가보기로 했어.

 무위사 가는 길에는 넓은 녹차밭이 조성되어 있어. 보성다원에 비길만 해.. 비록 우리가 갔을 때는 녹지 않은 눈으로 인해 제대로 녹차밭을 감상할 수가 없었지만 말야. (항상 블로그에 글을 쓰려다 보면, 사진을 찍는 수고를 게을리했던 후회를 제대로 하게 돼... 사진이 없어 참 아쉽지.) 나이들수록 추위에 민감해지는 관계로 눈덮인 차밭을 아주 잠시 감상하고 무위사로 향했어.

 

 

 

주차장이 꽤 넓직한 게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모양이야. 우리가 갔을 땐 이른 시간이기도 했거니와 눈도 녹지 않은 추운 날씨로 절을 찾은 사람을 볼 수 없었어. 우리 아이들만 신나서 소리를 꽥꽥 지르고 뛰어다녔지. 절이란 곳은 공기좋은 산속, 조림이 잘 된 곳에 위치해 있기 마련이라 어른들은 잠시 산책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종교가 불교가 아닐지라도 절로 여행을 잘다니는데 아이들은 그런 것 잘 모르잖아. 그저 즐거우면 좋은 그 나이에 맘껏 뛸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보이는 데 그깟 절이 눈에 보이겠어? 절 안으로 들어갔던 아이들이 너무 떠들어 아이들은 주차장으로 내쫓아버리고 어른들끼리 잠시 절을 감상했지..

 

 무위사는 도선국사가 처음 지은 절이래. 삼국통일 후 지었다고 하니 꽤 오래된 절이지? 이 절이 오래된 것을 증명하듯 고려초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삼층석탑이 있고, 선광대사 평광탑비가 있어. 오래되어서인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 이 절이 특이한 것은 대웅전이 없어. 극락보전만 있지. 극락보전도 조선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이것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어. 이것들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선 나는 잘 몰라. 나중에 공부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배워두도록 해야겠어.

 문화재 설명문구들을 읽어보다가 낯익은 이름이 보였어. 도선국사... 도선국사? 어디서 들어봤을까? 뒤에서 단비아빠가 말한다. "서산대사 동생이잖아요." "잉?"

속을뻔했다. 농담이란 것을 간파하고 그냥 웃어버렸지만, 자칫 살았던 시기도 달랐던 두 분을 형제로 오인할 뻔 했어. 아, 그래.. 생각났다. 도선은 도선비기의 도선이잖아. 도선비기를 지으신 분이시다. 책이름조차 신선스러워서 실존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도선국사.. 그 분이 지으신 절이구나. 풍수지리로 유명하셨던 그 분. 음양과 오행의 도를 꿰뚫는 통찰력으로 제자도 많이 거느리셨을거야. 도선국사는 고려태조의 탄생을 알아맞힌 걸로도 유명하시잖아. "지금부터 2년뒤에 반드시 고귀한 사람이 태어날 것이다" 라고 예언을 했다는 데 그 분이 고려태조였대. 그 정도의 도력을 갖추려면 어떤 수련을 해야할까? 혹시 신내림?

중국의 사상을 가지고 와서 우리것으로 만들었던 사람 중에 허준의 동의보감을 예로 들 수 있겠지만, 도선국사 또한 그런 분들 중의 한 분 인것 같아. 중국의 풍수지리사상을 우리에게 맞게 우리것으로 만들어서 쓴 책이 도선비기잖아. 우리나라의 산세나 지형은 넓은 중국대륙과 분명 다른 점이 있을테니까, 보는 관점도 많이 달라야겠지.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참 주체적이셨어. 남의 것을 무조건 모방하지 않고, 우리몸에 맞게 주체적으로 받아들이셨잖아.

자.. 이제 다른 곳도 가 봐야지. 다음 가볼 곳은 백련사야.

백련사는 무위사랑 또 달라. 우리가 갈 땐 공사중이었지만 분명 백련사는 다른 절과 다른점이 있었어. 바로 사천대왕이 없다는 것. 왜인지는 못 물어봤네? 이 절은 해설사가 계셔서 부탁을 하면 직접 해설도 해주시고 좋아. 백련사가 좋은 것은 훌륭한 동백림이 있다는 것이야. 겨울이지만 충분히 멋진 동백림이었어. 아니 겨울이어서 멋졌을까? 온 산이 하얀 눈으로 덮혀있는데 동백나무만이 초록을 잃지 않고 숲을 지키고 있는거야. 백련사에 갈 땐 꼭 산책로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동백림을 산책하며 올라갈 것을 권장해....

 

  

백련사를 지키는 백구(?)... 오랜만에 따뜻한 볕이 반가운지 일광욕 제대로 하더라구.

 

동백림 사진을 못 찍었지만 얼핏 위쪽으로 보이는 초록을 보며 상상해 봐..

아이들은 동장군이 아직 물러서지 않은 꽁꽁 언 백련사 연못이 반가워 돌을 마구 던져주었다지..

 

백련사는 내부가 공사중이어서 볼 것이 별로 없었어. 하지만 절에서 보이는 강진만은 참으로 장관이더라. 눈이 시원해지고 가슴이 트인 기분이었어. 아까도 얘기했지. 절은 그래서 가는 거라고... 호연지기가 저절로 길러지지 않을까?